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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익에 호소하라. (정직. 아량. 이미지와 상징)

by 마티아2002 2024.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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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법칙

-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 이수경 옮김

자비가 아니라 이익에 호소하라.

어떤 사람들은 이익을 강조하며 접근하는 것을 추하고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선, 자비, 정의 등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들은 그러한 것을 베풂으로써 당신보다 우월감을 느낀다.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때는 그들의 힘과 지위를 강조하고 치켜세워주어라.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당신에게 기회다. 이는 그들을 취하게 만드는 술과 같다.

우월감을 충족시켜 주면 그들은 기꺼이 당신의 계획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고, 당신에게 힘 있는 다른 사람을 소개해 줄 것이다.

곤살로 피사로가 참담하게 실패한 이후에도 스페인 사람들은 계속해서 엘도라도를 찾아 원정길에 올랐다. 그리고 피사로와 똑같이 마을마다 불을 지르고 약탈했으며, 인디언들을 고문했다. 그들은 결국 고생만 하고 금은 찾아내지 못했다. 원정에 들어간 돈은 계산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원정이 매번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환상의 유혹은 사라질 줄 몰랐다.

돈에 대해 융통성 있고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면 전략적 관대함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전략적 관대함은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베풀어라.’라는 오랜 비법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적절한 선물을 주면 상대는 신세를 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대함은 또한 사람들을 누그러뜨려 쉽게 속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관대하다는 평판을 얻으면, 사람들은 당신이 벌이는 권력 게임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당신을 존경할 것이다 권력자들은 공짜로 제공되는 것에는 반드시 책략이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갚지 말라며 호의를 베푸는 친구들은 나중에 돈으로 갚는 것보다 훨씬 더 비싼 무언가를 요구할 것이다. 제값을 치르지 않은 것에는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문제가 숨어 있다. 그러니 반드시 값을, 그것도 제값을 치러라.

뒤집어서 이 법칙을 상대방에게 적용하면 훌륭한 기만과 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공짜를 미끼로 내거는 것은 사기꾼들의 고전적인 수법이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게을러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 오기를 바란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한 번 넘어간다.

정직하고 아량 있는 태도를 보여라.

정직한 모습을 보이는 전략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사용하면 효과가 크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관계를 맺은 초반에 상대가 당신을 정직한 사람이라고 믿으면, 그러한 믿음과 첫인상은 오래 가게 마련이다.

그러면 당신은 상대를 조종할 수 있는 우위에 서게 된다.정직은 상대의 경계심을 해제시키는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후하게 베푸는 관대한 행동도 효과가 있다. 선물을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다. 설사 원수가 보내는 선물이라고 해도 말이다. 선물은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유아적인 심리를 작동시켜 그 사람을 무장 해제시킨다. 어떤 사람은 상대의 행동을 매우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마키아벨리식 선물, 즉 다른 동기와 속셈이 숨겨진 선물을 알아보는 경우는 드물다. 선물은 기만 작전을 숨기기 위한 훌륭한 수단이다.

당신이 기만 전략을 계속 수행해 왔다면 아무리 정직하고 관대하고 친절하게 행동해도 상대는 속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는 더욱 경계할 것이다. 이미 사람들이 당신의 기만을 목격한 적이 있는 경우 갑자기 정직하게 행동하면 의심만 불러일으킨다. 그런 경우에는 차라리 드러내놓고 악당이 되는 편이 낫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파악하라.

당신이 대적하는 상대가 당신보다 약하다거나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일수록 속마음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명예나 자존심을 건드린다면 그런 사람들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과격하게 복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설령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온다고 할지라도 우선은 정중하게 거절하라. 당신이 상대방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절대로 모욕을 주지 마라. 당신이 대적하는 사람이 칭기즈칸일지도 모른다. 하일레 셀라시에는 늘 몇 수 앞을 내다보았다. 라스 구그사가 때와 장소를 골라서 반란을 일으키게 놔두었다간 큰 위험이 닥치리란 걸 알았다. 그래서 셀라시에는 구그사의 자존심을 건드려 그가 반란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미리 일으키도록 몰아갔다. 구그사가 자신과 아무 원한도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그것도 자신의 적을 위해 싸우도록 한 것이다. 셀라시에는 구그사의 반란이 무위로 끝날 것이며, 마지막 남은 두 적을 제거하는 데 이를 활용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라.

물을 가만히 놔두면 적이 선수를 쳐서 상황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물을 휘저어 물고기를 표면에 떠오르게 하라.

적이 채 준비하기 전에 움직이게 만들어 주도권을 빼앗는 것이다. 이때는 자존심, 허영심, 사랑, 증오 등의 통제하기 힘든 감정들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화를 내면 낼수록 그들은 통제력을 잃고 마침내는 당신이 만든 물살에 휩쓸려 익사할 것이다.

이미지와 상징을 앞세워라.

디안의 비밀무기는 상징과 이미지였다. 앙리의 정부가 된 초반부터 그녀는 자신과 앙리의 이름 이니셜로 상징을 만들어 둘의 결합을 나타냈다. 이 아이디어는 앙리에게도 주문처럼 작용했다. 앙리는 자신의 궁정 예복 및 기념물, 루브르 박물관 정면, 파리의 왕궁 등 어디에나 이 상징을 붙였다. 디안은 검정과 흰색 옷만 입었고, 상징에도 가급적이면 이 색깔들을 이용했다. 앙리가 왕이 되자 디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로마의 여신 디아나의 분신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디아나는 앙리가 좋아하는 사냥의 여신이었으며, 르네상스 시대 예술에서 순결과 정숙을 상징하기도 했다. 디아나 여신으로 상징된다면 프랑스 왕궁에 정숙의 이미지를 심어 존경심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간통을 일삼던 정부들과는 격이 달라질 것이었다. 당신이 처한 상황을 말로 호소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말은 위험한 도구인 데다 종종 엇나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로 설득을 하면, 우리는 각자 나름의 말로 그 내용을 곱씹다가 결국엔 정반대로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말은 화자의 의도와 무관한 어떤 생각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시각적 이미지는 복잡하게 얽힌 말의 미로를 단숨에 통과한다. 감정적 호소력을 갖고 즉각 가 닿기 때문에, 내용을 곱씹거나 의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음악처럼 시각적 이미지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거칠 필요가 없다.말이 논쟁과 분열을 일으킨다면, 이미지는 사람들을 한 곳에 결집시킨다. 이미지는 권력을 쥘 때 빠져서는 안 될 도구다. 평판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위험한 게임에서 당신의 본모습을 파악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분산시키고 세상이 당신을 판단하는 방식까지 어느 정도 통제하게 해 줌으로써 당신을 보호해 줄 것이다. 즉 강력한 입지를 구축해 준다는 이야기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것이 멋지게 비치느냐 끔찍하게 비치느냐는 전적으로 행위자의 평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우선 당신은 관대하다는 평판이든 정직하다는 평판이든 혹은 교활하다는 평판이든 한 가지 두드러진 평판을 구축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그러한 한 가지 속성으로 부각되면 사람들은 당신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당신의 평판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하고(단, 교묘하게 확고한 기반을 토대로 천천히 구축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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