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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사피엔스의 진화)

by 마티아2002 2024.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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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헤어, 버네사우즈 / 이민아

적자생존

대중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적자생존’ 개념은 최악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한 연구는 가장 덩치 크고 가장 힘세고 가장 비열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비축된 에너지를 고갈시켜 면역체계를 약화하고 결국 우리는 더 적은 수의 후손을 남기게 된다. 마찬가지로 공격성이 높을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데, 싸워서 다치거나 잘못되면 죽을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적자’는 우두머리 지위를 차지할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더럽고 잔인하고 짧은’ 인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조간신문과 저녁 뉴스가 들려주는 사건, 사고 소식에는 인간의 잔인함이 넘쳐나지만,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종들 중에서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다정함과 친화력의 이면

우리는 또한 다정함의 이면, 즉 우리의 친구가 아닌 이들에게는 잔인해지는 능력에 관해서도 탐구할 것이다. 우리의 이 이중적 본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전 세계의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사회적·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할 새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타인의 의도나 욕망, 감정 등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기억력, 전략능력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의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 종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위협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연민하고 공감하던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므로 위협적인 외부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

미국 하원의장 깅그리치의 전술

1990년대 말 하원의장 깅그리치의 전술은 노골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우호적 관계를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정책을 제도화하는 것이었다. 그가 맨 처음으로 한 일이, 의회 근무일을 주 5일에서 주 3일로 단축해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로 하여금 대부분 시간을 지역구에서 보내고 선거구민들과 더 어울리면서 모금 활동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조치로 가족을 데리고 워싱턴으로 이사하는 의원이 줄면서 정치인들이 소속을 초월하여 우정을 쌓던 전통이 무너졌다.

상임위에서건 의원석에서건 깅그리치는 의사당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협조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이나 민주당에 대해서 발언할 때 “부패했다”거나 “역겹다” 같은 혐오감을 유발하는 어휘를 사용하도록 권고받았다. 깅그리치는 민주당 의원들을 나치에 자주 비유했다. 깅그리치가 공화당을 이렇게 적대적인 영토로 몰아가자 민주당의 많은 의원도 뒤질세라 맞불을 놓았다.

마음이론

마음이론은 두 사람이 무언가를 보고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환희의 순간이요, 상대방의 말을 내가 끝맺어줄 때 느끼는 편안함, 아무 말 없이 손을 맞잡고 있는 순간의 평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행복하다고 느낄 때 행복은 더 달콤한 것이 된다. 죽음으로 떠나보낸 누군가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리라고 믿는다면 슬픔은 더 견딜 만한 것이 된다.

때로는 마음이론, 즉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고통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나를 괴롭힌다는 확신이 들 때 증오는 더 뜨겁게 불타오른다. 무심코 흘려보낸 수많은 몸짓이 내가 포착했어야 하는 경고임을 헤아릴 때 배신감은 더욱 쓰라리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렌즈를 통해서 더 크게 자라난다. 감정은 우리의 가슴에, 육감에, 손끝에 있다고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생각에 있으며 대개는 타인의 생각에 대한 나의 추측과 추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피엔스의 진화

투창기는 사냥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사람과 비슷한 덩치의 초식동물들 외에도, 하늘을 날고, 헤엄치고, 나무를 타는 짐승을 사냥할 수 있었으며, 육중한 발에 밟히거나 엄니에 찔릴 위험 없이도 매머드를 죽일 수 있었다. 투창기는 방어 능력에서도 큰 혁명을 일으켰다.

우리가 가죽을 몸에 두르거나 느슨하게 묶어서 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옷을 입을 수 있었던 것은 짐승 뼈로 만든 가느다란 바늘 덕분이었다. 몸에 딱 맞는 포근한 방한복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고열량을 필요로 하는 신체로 발달한 네안데르탈인 보다 추위를 잘 견딜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모든 상황에 든든하게 대비한 우리는 온몸이 얼어붙는 빙하기에도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었고 나아가 아메리카 대륙까지도 진출할 수 있어 장거리 원정에 나선 최초의 인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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